영국의 최근 통계 하나로 시작해 보자. ‘영국인은 6685만명인데 그중 축구 팬이 6684만9998명이다.’ 여기서 축구 팬이 아닌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아들인 찰스 왕세자다. 농담 같기도, 진담 같기도 한 이 통계는 역으로 보면 영국인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축구 팬이라는 뜻이다. 사실 영국인의 삶에서 축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축구로 인생을 시작하고 축구로 인생을 끝낸다고 할 정도다. 그런 영국 축구 팬들 사이의 최근 대화 중 핫 이슈는 역시 ‘우리 손흥민’ 선수이다. 손흥민에 대
영국에서는 우리보다 한 달여 빠른 오는 5월 3일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잉글랜드 지역 151개 지방의회(런던 32개, 런던 근교 34개, 기타 지방 85개)의 4317석을 놓고 투표가 이루어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노동당이 지난 50년 선거 역사상 최고의 선전을 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권의 향방을 가를 하원 총선이 아직 4년도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의 대패(大敗)는 피할 수 없는 듯하다. 이런 추세가 2022년 5월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10년 만에 처음으로 좌파 노동당 정권,
영국 하원의원의 청렴도나 절제의식 같은 것을 설명하려면 먼저 영국 하원의원이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영국 하원의원들이 더욱 빛날 것 같다.나는 평소 영국의 대표적인 3D업종을 ‘교사와 간호사 그리고 하원의원’으로 꼽는다. 한국에서는 선망의 직업인 국회의원과 교사가 영국에서는 3D업종이라면 놀랄 독자들이 많겠지만 사실이다. 이 세 직종은 근무 시간과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이 너무 적고 개인적인 희생이 아주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적으로 영국 하원의원은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 1년
영국에서 ‘007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스파이 살해 시도 사건이 일어나 떠들썩하다. 그것도 러시아가 범인으로 지목된 사건이다. 냉전시대 영국 작가 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중스파이 독극물 살해 시도가 백주에 터져나왔다고 난리다.지난 3월 4일 영국 서남부 도시 솔즈베리시에서 66세인 세르게이 빅토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 부녀가 슈퍼마켓 앞 의자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행인들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둘 다 중태이다. 스크리팔은 러시아 군사정보기관(GRU) 출신으로 스페인에서 외교관으로
대서양을 사이에 둔 영·미 매체에 기사가 나면 무조건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단골 인물들이 있다. 영국의 다이애나 세자빈이 1위이고 마릴린 먼로, 재클린 케네디, 존 F 케네디 등이 뒤를 잇는다. 그런데 이들 못지않게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 또 있다. 바로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1874~1965)이다. 최근 처칠과 관련된 두 건의 뉴스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언론에 실려 영국이 들썩였다.지난 1월 12일 개봉되어 아직도 영국 전역의 극장 스크린을 점하고 있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가 3월 4일
지난 9월 12일 영국 노동당 대표 선거에서 예상대로 제러미 코빈(66) 하원의원이 59% 득표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다. 노동당이 드디어 돌아오지 못할 루비콘강을 건넜고, 그 결과 노동당은 물론 영국 정치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평이 나온다. 이날 이후 영국 정치는 ‘코빈 이전과 이후’로 나눠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예상치 않은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던 영국 정계에 4개월 전 총선 때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코빈이 당 대표가 된 후 영국 정치에는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노동당 내부부터 그렇다. 코빈의 승리 발
요즘 영국 야당인 노동당의 변화를 보면 4개월 전의 그 노동당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의외의 참패를 당해 에드 밀리밴드 대표가 사임한 후 4개월여가 지났다. 이 기간 동안노동당은 당 대표 선거를 치르며 정말 놀랄 정도로 변했다. 특히 대표 후보 네 명 중 한 명으로 현재 당선 1순위로 꼽히는 좌파 정치인 제러미 코빈이 일으킨 바람은 노동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몰아갈 기세다. 그래서 요즘 영국 언론에는 보수당이란 정당이 있기나 하느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온통 9월 12일 투표 결과가 나오는 노동당 대표 선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오는 9월 9일 영국 사상 최장수 재위한 군주가 된다. 기존의 기록 보유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 빅토리아 여왕은 재위 기간이 63년 15일, 정확히 시간으로 따지면 2만3226일 16시간23분이었다.엘리자베스 2세는 올해 89세로 내년 4월 21일이면 만 90세가 된다. 그는 이미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8년 전 ‘최장수 영국 군주’에 올랐고 ‘가장 많은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영연방(British Commonwealth) 45개국
올여름 런던 중심가 피키딜리 벌링턴 하우스에서는 어김없이 ‘영국 왕립예술원 여름전시회(Summer Exhibition of Royal Academy of Art)’가 열렸다. 이 미술 전시회는 1768년 처음 열린 이후 한 번도 중단되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1·2차대전 중에도 개최되었다. 올해가 247회째. 이 전시회는 영국에서 로열 아스코트 경마 시합, 헨리 로열 레가타 보트 경주, 윔블던 테니스 대회와 함께 ‘전통의 여름 4대 행사’로 꼽힌다. 올해에는 6월 8일부터 8월 16일까지 68일 동안 개최돼 16만7000명이 다
단독 과반수로 재집권에 성공한 영국 보수당 정부가 120억파운드 절감의 야심 찬 복지개혁법안이 지난 7월 20일 하원 제2독회에서 승인을 받으면서 개혁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찬성 308표, 반대 124표로 통과했으니 압도적 표차라 보수당은 축배를 들 만하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첫째 영국 하원 의석 650석에서 이번 투표에 참여한 숫자가 찬반 합쳐서 432표이니 의원 3분의 1이 불참석했거나 기권했다. 영국 의회 의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권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야당 의원들이 자주 쓰는 ‘
[image1]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좋은 일이 아주 가끔 생긴다. 졸저 ‘영국인 재발견’ 덕분에 내 이름으로 된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안내자로 나서는 신나는 일이 지난해부터 생겼다. 이름도 거창한 ‘영국인 재발견의 저자 재영 저널리스트 권석하와 함께하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일주 크루즈 15일’이다. 한국으로 치면 남해안 진해 정도에 위치한 사우샘턴(비운의 타이타닉호가 항해를 시작한 항구)에서 배가 출발해 노르망디 르아브르~에든버러~인버네스~글래스고~벨파스트~리버풀~더블린~코크~건지섬~사우샘턴~스트랫퍼드어폰
외국에서 살다보면 종종 문화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내가 영국에 와서 처음 제대로 병원 신세를 지면서 겪은 충격은 문화충격의 단계를 넘어서 사고(思考)의 혼동 정도였다. 둘째 아이가 말을 겨우 할 때쯤 영국 풍토병인 뇌막염에 걸렸다. 영국 병원의 신속한 조치로 아이가 후유증 없이 회복되어서 나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국가 의료보험)의 신세를 단단히 졌다. 그래서 누가 뭐래도 NHS의 옹호자라는 경험담을 주간조선(2244호)에 기고하기도 했다.당시 겪은 충격은 여러 가지였다. 시간을 다투는 병의 진행을 적
지난 5월 7일 끝난 2015년 영국 총선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대처 이후 최고의 보수당 총리로 등극하는 개인적인 영광을, 보수당은 1992년 이후 23년 만에 제대로 된 승리를 거뒀다.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던, 과반수 326석(영국 하원은 650석)을 5석이나 넘은 331석을 차지하는 대승이었다. 승리 연설을 준비하던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대표는 투표 결과를 중계하는 TV를 쏘아보면서 “사실이 아니다”고 고함을 질렀다고 할 정도로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5년 전인 2010년 보수
기네스북(The Guinness Book of Records)이 환갑을 맞았다. 2014년 하반기에 발행된 2015년판이 통산 61번째 책이다. 무슨 책인지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 기네스북이다. 그만큼 유명하다. 기네스북을 두고 하는 말도 많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롭고 가장 쓸데없는 모든 기록을 모아 놓은 책’ ‘세상에서 가장 무해하게 비생산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방법은 기네스북을 보는 일’ ‘기네스가 “이것은 세계 기록이다”라고 하면 그것은 미친 짓이 아니다’….세상 사람들의 각종 자질구레하고 정신나간 듯한 기록을 모아 놓은 책
며칠 전 현 영국의 보수자민연립정부에서 에너지기후변화장관을 맡고 있는 에드 데이비(49)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와 같은 자민당 소속으로 10년간 함께 당 활동을 해왔지만 그의 개인 휴대폰에 전화를 걸기는 처음이다. 그의 휴대폰 번호는 지구당 당원이라면 다 알지만 한 번도 통화를 할 일이 없었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내가 이름을 밝히기도 전에 내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통화한 적이 없는 평당원이지만 내 번호도 그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남다른 노력이 있어서 4선을 했구나’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그와
영어권 나라에 다 커서 이민온 사람들 중에는 한국에서 온 친구나 친지 옆에서 원어민과 영어를 하다가 버벅거리는 경험을 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해외에서 저렇게 오래 살았는데 아니 발음이 저것밖에 안 돼?’라는 힐난이 들리는 것 같아서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최소한 10살 이전에 배우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원어민 발음이다. 어떤 노력을 해도 원어민의 말을 완벽하게 따라잡긴 어렵다. 언제 처음으로 영어를 익히기 시작했느냐에 따라 발음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해외에 오래 살아 보면 영어 발음 때문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2차대전 이후 등장한 팝아트(Pop Art)는 현대미술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만큼 아직까지 기세가 등등하다. 팝아트의 기발함은 정말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 것인지 궁금할 정도다. 고장난 TV를 예술 작품으로 바꾼 백남준부터 실크프린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기법의 회화를 만들어낸 앤디 워홀, 인기 만화를 화폭에 담아낸 로이 리히텐슈타인, 그리고 일상생활용품을 확대해 화려한 색깔을 입힌 클래스 올덴버그까지, 직접 보면 ‘정말!’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가장 영국적인 팝 아티스트 한 명을 추가해 보자. 지금도 색다른 작업을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구호를 내걸고 1905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복지를 시작했던 영국도 경제가 어려워지자 2013년부터 역사상 가장 과감한 복지개혁을 시작했다. 영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1950~1951년 회계연도 기간 총 예산(47억파운드) 중 4억파운드가 안 되던 복지예산(8%)이 2011~2012년에는 1596억파운드(총 예산 6940억파운드 중 23%)로 늘었다. 60년 만에 금액상으로는 거의 400배, 비율로도 3배나 는 것이다.더욱이 ‘복지 시한폭탄’의 위험이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누
올해는 영국 의회 출범 750주년이고 총선의 해이다. 오는 5월 7일 55대 하원의원 650명을 뽑는 총선이 실시된다. 특히 이번 총선은 의회 사상 처음 보는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영국 정치를 지배해 왔던 보수·노동 양당 구조가 완전히 깨지고 최소한 6당 구조로 갈 것이 분명하다. 영국 언론이 말하는 소위 ‘주변정당(fringe party)’들의 약진이 보고 있기가 어지러울 정도로 대단한 탓이다.우선 노동당의 텃밭인 스코틀랜드 하원 의석 59석 중 50석 이상이 작년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의 주역이었던 스코틀랜드독립당(SNP) 차
영국의 위대한 3대 수출품이 ‘영어’ ‘비틀스’ ‘대헌장’이라고 한다. 대헌장은 라틴어로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라고 하며, 여기에서 인권·자유·평등 같은 민주주의의 기초이념과 사법제도, 대의정치 같은 현대인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모든 것이 나왔다고 영국인은 평가한다. 1215년 러니미드라는 목초지에서 탄생했으니 올해가 대헌장 800주년이다. 러니미드는 영국 여왕의 주말 거처인 윈저성과 런던의 관문인 히드로공항 중간에 있다.영국 민화에 기초한 ‘로빈 후드’ 이야기가 대헌장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면 조금 흥미가 더 생길지